[매일신문][Wanna Be 그녀] ‘CMA글로벌’ CEO 김영선
등록일 : 2017-03-07
-IMF 시절 작은 안경공장 취직, 생산·영업 등 업무 전반 배워

-오피스텔서 1인 기업으로 시작, 안경렌즈 클리너 전문 생산

-매출 100억 대구 스타기업에 일과 육아 병행 쉽지 않지만 가정 이루는 일도 매우 중요



“사회 구성원의 절반이 여성이잖아요. 이제는 사회가 여성을 필요로 하니까 더 많은 여성이 직장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더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김영선(43)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가 200억원인 대구 스타기업 ‘CMA글로벌’을 이끄는 여성 CEO다. 현재 13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그녀도 한때 지방대를 졸업한 평범한 구직자였다. 중소기업에서 10년간 근무했던 평범한 직장여성이 자수성가 사업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는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으로 거듭난 비결을 직장 생활을 통한 경험 축적과 결혼으로 얻은 안정감이라고 말했다.

◆생계를 위한 일자리에서 사업가로

김 씨는 1998년 지방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지역의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당시 외환위기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한 탓에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직장이나 대기업은 생각하지도 않고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지역의 안경공장 수출영업 파트에 입사했다. 작은 회사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한 사람이 도맡아야 했다. 시차가 다른 해외 파트너와 밤새 통화했고 낮에는 기름 냄새 가득한 공장에서 생산 과정을 확인했다. 물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얻은 장점도 있었다. 김 씨는 제조공정에서부터 물품 선적과 해외 바이어 미팅까지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익혀 나갔다.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김 씨는 언젠가는 사업을 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안경 공장은 남성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라 거친 말이 오가고 종일 시끄러운 기계 소리를 들으며 평생 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해외 출장을 가거나 바이어를 만나면서 안경 클리너(안경닦이)라는 아이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안경 클리너에 대해 문의하는 해외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극세사 천을 사용해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하는 일이 시큼한 쇠 냄새가 나는 안경 제조업보다는 더 여성적인 업무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던 때 아버지의 혜안이 빛을 발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김 씨가 취직할 당시 매달 50만원씩 집으로 송금할 것을 권유했다. 첫 월급이 100만원도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따랐다. 3년 후 아버지는 목돈 2천만원을 딸에게 건넸다. 이를 계기로 김 씨는 목돈을 모으는 방법을 배우게 됐고 나중에 쓰일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해 보고 싶은 젊은 사람들에겐 저축을 꼭 권합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해 장기적으로 좋은 금전관리 요령이 생깁니다.”

2010년 김 씨는 CMA글로벌을 세웠다. 지금처럼 큰 회사가 아닌 33㎡(10평)짜리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둔 1인 기업이었다. 회사원 시절 틈틈이 아이템 수요나 거래처 파악을 해왔기 때문에 영업에만 집중했다. 혼자서 주문을 받고 제작은 외주를 맡겼다. 김 씨가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대량 발주를 받았을 때 일이다. 외주 공장에서 김 씨의 순번이 한참 뒤로 밀려 있었고 공장 관계자들도 순서를 바꿀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자 사장님들은 싫은 소리를 들으면 획 돌아섰지만 김 씨는 공장 각 파트마다 찾아다니며 안 되는 이유를 물어보고 직접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조그마한 체구의 1인 기업 여사장은 여성이라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적용했다. 여성으로서의 장점은 얘기를 들어주고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발주가 늘어나자 자본금 4천500만원으로 공장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거래가 늘면서 직원도 한두 명씩 채용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10년의 업계 경험을 통해 아이템 수요를 확실하게 파악했다. 해외로 출장 갈 때마다 고객 리스트를 작성하며 준비한 덕분에 금세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CMA글로벌은 2010년 주식회사 창립 이래 매년 20%를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대구시 스타기업으로 선정되었다.

◆결혼과 육아, 커리어 우먼

김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고비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남자들도 직장에서 3, 5년 차가 되면 회사를 떠날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들은 이 시기에 결혼이나 출산과 맞물려 더 큰 고민이 생긴다. 김 씨는 35세가 되던 해에 5년간 연애 중이던 현재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결혼을 종용하기도 했지만 김 씨 스스로 결혼을 해야 안정감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정감 있는 삶은 직장 생활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원천이 되리라 믿었다.

김 씨는 결혼 후 남편과 두 아이를 둔 안정적인 가정을 갖게 됐다. 가정이라는 보금자리가 생기자 업무에 책임감이 강해지고 일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아빠 힘내세요!’라는 말로 대한민국 남편 가장들이 힘을 얻잖아요. 저는 여성이지만 가족을 볼 때마다 스스로 집안의 가장(家長)이라고 느끼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성공한 여성경영자이지만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가급적이면 일찍 퇴근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아쉬워 매일 함께 잠을 자는데 엄마랑 같이 자려고 저녁 늦게까지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항상 미안하다. 이럴 때마다 김 씨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남편이다. 맞벌이를 하는 남편은 바쁜 직장일 중에도 항상 아이들을 챙기고 돌보는 일을 분담하고 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김 씨는 수차례 가정을 이루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는 모습을 봤다. 여자가 집안일을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앞으로의 근로환경 개선이 단순히 여성이 아닌 가정을 위한 방안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MA글로벌 역시 가정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김 씨의 목표다.

“저도 일을 시작할 때는 여성 CEO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선배들이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터를 닦아 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이미 마련한 제도부터 사용해 간다면 앞으로 직장 후배들은 일과 결혼을 고민하는 상황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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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사회생활을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 좋다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 사회가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어느 시점부터는 큰 불이익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왜 혼기가 지났는데 결혼을 안 하냐?”는 말은 물론 “결혼을 안 하는 거냐 못 하는 거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질문 자체가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고 스트레스다. 결혼은 우리 사회가 던지는 숙제이기도 한데 배우자만 있다면 숙제를 하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 자아를 발견했다면 여성도 가장(家長)이 될 수 있다

여태껏 남자들만 가장이라는 짐을 떠안고 살아왔다. 남자가 집안의 가장이고 회사에 올인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지금, 여성이 회사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내가 가장이라고 생각하고 업무에 몰두하자. 물론 직업에서 자아를 발견하기까지는 경험 축적과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작은 회사에서 경영자가 되어 보자

여성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준비하는 모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요즘엔 정보공유가 빨라 당장 근무환경이나 복지혜택이 좋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회사의 업무 전체를 두루 경험해 볼 수 있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사업을 꿈꾸거나 경영을 목표로 하는 구직자가 있다면 강소 중소기업에서 업무를 빨리 배워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직장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들은 쉴 새 없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때문에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해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가정을 돌볼 때는 내가 건사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음을 감사하자. 긍정적인 에너지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하지만 여성인 나 자신에게 더욱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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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혼수품·산후조리비 지원…가정이 행복한 직장

#사우나·골프장 편의시설도 갖춰

지난 20여 년을 직장인으로, 경영자로 사회생활을 해온 김영선 대표는 더 많은 직원들이 열심히 연애하고 결혼하길 바란다. 그녀의 경험처럼 가정을 꾸리고 안정감 있는 상태에서 회사를 다녔으면 한다.

직원들을 위한 결혼과 출산 선물도 준비돼 있다. 김 씨는 3년 이상 근속 직원이 결혼을 하면 300만원 상당의 혼수품을 선물한다. 또한 남녀에 상관없이 출산한 직원에게는 산후조리원 비용 일체를 지급하기도 한다.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직장 내 보육시설을 두는 등 육아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CMA글로벌 건물 곳곳에는 여성 CEO의 섬세함이 담긴 직원 편의시설이 눈에 띈다.

6층 규모의 CMA글로벌은 1층 생산 공장과 2층 사무실 외에는 회사 전체가 직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CMA글로벌이 생산하는 팬시 제품들과 유명 그림들이 진열된 직원 휴게실이 있다. 마치 세련된 카페를 연상시킨다. 6층 골프연습장, 5층 게스트하우스와 직원사우나실 등 건물 전체가 직원 복지시설로 꽉 채워져 있다.

▶CMA글로벌=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위치한 CMA글로벌은 초극세사 천으로 안경렌즈 클리너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현재 생산되는 물량의 90%는 일본, 미국, 독일 등으로 수출된다. 2010년 창립한 CMA글로벌은 지역의 대표적인 여성 기업이다. 임직원 130명 중 70%가 여성근로자이다. 염색을 제외한 전 제작 공정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를 인정받고 있다. 2013년에는 창립 3주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해 대구 스타기업으로 등재되었다. 현재 CMA글로벌은 안경렌즈 클리너 외에도 초극세사 천을 응용한 파우치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2015년부터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매일신문, 강민호 기자, 2017-03-07,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0564&yy=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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